신해철의 죽음은 우리 사회의 여러 방면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음원의 가격 논란이다. 우리나라의 디지털 음원 가격은 곡당 600원으로, 아이튠즈의 0.99불에 비하면 60%정도의 가격이다. 그나마도 이건 정가로 샀을 때 얘기고, 행사등을 끼면 곡당 49원, 혹은 그 이하에도 구입할 수 있다. 100곡 패키지 이벤트 가격이 4900원 언저리(VAT 별도)거든. 장기하와 얼굴들 3집(총 13트랙)을 산다면 CD는 14900원인데 반해 MP3로는 700원정도면 살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가격이 5%도 안된다. 물론 CD는 현물이니만큼 재료비, 생산비, 운송비 등등이 들겠지만 그게 나머지 95%를 온전히 차지하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
또한 음원의 판매가 MP3 다운로드 서비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컴퓨터에 파일로 저장하는 것이 아닌 인터넷을 통해 바로 듣는 스트리밍이 있고, 이는 더 저렴하여 뭘 어떻게 하더라도 큰 돈을 가지기 어렵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고 이진원(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죽음때도 작게나마 이슈가 됐었다. 아마 SK가 이진원에게 준 도토리는 그냥 서비스(?)삼아 준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애초에 얼마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는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음원은 정도 이상으로 싸게 거래되고 있고, 이 때문에 누군가는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어떨까. Frozen(겨울왕국)의 일반판 OST을 예로 들면 곡당 1.29불(0.99불 정책의 예외인듯.)에 판매하지만 앨범으로 구매하면 아이튠즈는 9.99불, 아마존은 9.49불 같은식이다. 실제 음반의 구매가가 11.88불(아마존 기준)인 것을 생각하면 디지털 거래라도 제값을 치룬다는 느낌이다. 인디음악플랫폼인 밴드캠프도 평균적인 가격대는 곡당 1불에 가깝게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가격격차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다. 2012년 7월 15일에 발표된 이 곡은 전세계를 강타하며 많은 수익을 거두었다. 이로 인한 정확한 수익 정보는 인터넷에 돌아다니지 않지만 추산하기로는 아이튠즈에 한정해도 하루에 4400만원정도를 벌어들였다고 한다. 저 기사에서 200억원 운운하는건 좀 과장된 수치니 반절로 깎아서 2012년동안 60억 인구를 대상으로 120억을 벌었다고 보자. 1억명당 2억원! 이 강남스타일 열풍은 물론 우리나라도 직격했기에 꽤나 많이 팔렸다. 우리나라의 인구 5천만이면 1억정도를 벌었을 것이라고 추정해볼 수 있겠다. 현실은? 2012년 10월 초를 기준으로 3600만원이었다. 다운로드 286만건, 스트리밍 2732만건의 수익치고는 참 초라하다.
3600만원은 어지간한 대기업 신입사원 연봉보다 적다. 고 이진원씨는 연봉 1200만원, 한달에 100만원씩만 번다면 음악을 계속 하겠다고 한 적이 있다. 혼자 사는 남자 연봉 1200만원.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 인디라고는 하지만 한두장 내고 사라져간 인디가 잔뜩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정규 3집에 미니앨범이나 싱글도 내본 달빛요정은 그래도 성공한 축에 들어간다. 그런 사람의 목표가 1200만원이랜다. 하!
우리나라 음악시장은 2000년 언저리를 기점으로 확 쪼그라 들었다. 100만장 가수도 간간히 나오던 것이 90년대인 것을 생각해보면 작년 말 아이돌그룹 EXO가 앨범 4개를 긁어모아 100만장을 달성했다고 자랑한 것이 초라해질 지경이다. 물론 이건 우리만의 일은 아니다. 양키국에서도 1000만장 찍은 음반은 2002년 이후로 정말 안나온다. (시간이 지나면 등록되는 것들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발매직후가 가장 판매량이 급성장하는 기간임을 생각해보면 저 시점을 기준으로 확 줄어든 것은 판매량 감소를 시사한다고 본다.) 정식으로 구매하는 MP3가 아닌 불법 다운로드나, 스트리밍(RIAA는 인증된 디지털 다운로드 1회를 1건으로, 오디오/비디오 스트리밍 100건을 1건으로 집계한다.) 등이 판매지수에 영향을 주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인 것이다. 오죽하면 아이튠즈도 매출이 떨어졌겠나.
하지만 판매 체계나 규모가 개편되는 와중에서도 괜찮은 음악가들이 음악만 해서 먹고살 수 있을 수준의 가격을 준수한 것이 해외고 아예 지키지 못한-물론 불법복제가 횡행하던 당시에는 10원이라도 수익이 있어라 하는 판국이었긴 했지만...이런건 과장법이고.-것은 우리나라 정도이며, 그 결과 우리나라 음악계는 천천히 고사해가고 있다. 음악가가 음악으로 먹고살지를 못해서 다른 일을 하고 음악가가 음악으로 번 돈이 없어 음악에 투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래는 빤하다. 업계도 이런 상황을 경계하는 움직임이 보이지만 현재로선 썩 전망이 밝지는 않다. 결국 우리는 각오를 다져야 할 것이다. 빨대를 꽂고 고사하게 내버려둘런지 아니면 얼마 더 내고 살려볼 것인지에 대해서.
P.S - 나도 저렴한 맛에 한달에 100곡씩 사서 듣곤 하는지라 이 문제 앞에서 100% 당당하지는 못하다. 하지만 몇 년째 신보를 내놓지 않는 뮤지션을 볼 때 마다 이 문제가 계속 생각나곤 한다.
P.S 2 - 볼만한 다른 글 하나를 링크.





덧글
창작자가 창작물로 먹고 살 수 없는 현실은 우리 모두의 불행입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6&oid=312&aid=0000037470&viewType=pc
Q. 데뷔 후 가장 오랫동안 활동을 쉬었다.
신해철: 휴식기에 들어가기 약 4~5년 전부터 힘든 싸움들이 시작됐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내 인생에 있어서 전업 뮤지션이었던 적이 별로 없다. 난 음악으로 번 돈은 다음 앨범을 만드는데 쏟아붓고 라디오 DJ로 생계를 유지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MP3 사태가 벌어지면서 음반사들이 일제히 돈을 회수했고, 자본이 돌지 않기 시작했다. 사실 난 그때부터 음악적으로 정체기에 들어간 것이다. 난 인류가 존속하는 한 음악은 영원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음악도 있고, 사람도 있는데 돈은 없는 거야. 그때 처음으로 ‘돈을 좀 벌어놓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의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내 앨범 작업도 힘들어졌다. 소비자들이 내 음악에 대해 생산자금을 대는 시대가 지나간 것이다. 제작비 마련이 힘들어지니 휴지기가 길어질 수밖에. 그 외에 기술적인 한계도 있었다. 6년 전 쯤에는 내가 하고자 하는 음악이 도저히 기술적으로 구현이 되지 않아서 미디 포기 선언을 한 적도 있다. 그런 여러 문제들이 겹치면서 타의로, 또 자의로 음악을 쉬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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