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 링스 (CHAOS RINGS) 리뷰 ├ 게임 리뷰


구입처 : 구글 플레이

가격 : $ 9.99

장르 : RPG

플레이타임 : 23시간


 2009년경 시작된 스마트폰의 시대는 게임업계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성능을 앞세운 삼성 갤럭시의 약진으로 피쳐폰과는 비교를 불허하는 고성능 기기가 속속 등장하였고, 이후 아이폰, 갤럭시 등이 대대적으로 보급됨과 동시에 앱스토어로 대표되는 새로운 시장이 탄생한 것은 무진장한 재화가 담긴 보물창고가 열린 격이었다. NDS 이하이던 성능이 PSP를 뛰어넘게 되면서 인피니티 블레이드 등 기존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고성능 게임이 속속 등장하고, 카카오톡 같은 커뮤니케이션 도구들이 게임 플랫폼으로 확장되며 소셜 게임이 본격적으로 자리잡았다. 지금에 와서는 이들과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휴대용 콘솔이 MP3 플레이어마냥 사멸할 것이란 얘기가 그저 썰이라고 치부하기는 어려울 지경이다.

 역사와 전통의 갈라파고스의 나라 일본이지만, 이런 급변하는 시장을 마주하게 된 것은 다른 나라와 매한가지이다. 일본에서 유명한 게임회사를 꼽아보라면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들어갈 회사들은 느리게나마 진출하며 여러 가능성을 시험해보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카오스 링스를 제작한 스퀘어에닉스이다. 스퀘어에닉스는 드래곤 퀘스트와 파이널 판타지라는 JRPG 양대 IP를 거머쥐고 있음에도 썩 신통치 못한 결과물을 자주 보여주며 그 위상이 추락한 상태다. 스마트폰 시장에 여러 타이틀을 내놓고 있지만 태반이 구작 재활용인 탓에 체면을 연신 구기고 있다.

 그런 스퀘어에닉스지만 빛이 없지는 않다. 카오스 링스는 스마트폰 초창기에 당시로선 미려한 그래픽과 마켓에 몇 안되는(물론 지금은 많다.) JRPG임을 어필하며 성공적으로 안착하였고, 이후 프리퀄인 오메가와 2편을, 근래에는 3편까지 출시하며 좋은 평가를 받아 미래를 기대할만한 새로운 IP로 자리잡고 있다. 그럼 그 시초격인 1편은 어떤 게임이었을지 살펴보자.


1.일단 욕부터 먹자


(1) 후속관리 부족

 카오스 링스 리뷰의 시작은 흉보는 것부터 시작하겠다. 게임을 최초로 기동하면 몇 분 동안 2000개가 넘는 파일을 체크한다. 뭐, 첫 기동이면 이럴 수도 있다. 니드 포 스피드 시리즈도 처음엔 다운로드를 받으니까. 하지만 매 기동마다 똑같은 일을 반복한다면?것도 백그라운드로 해놓거나 화면이 꺼지면 덩달아 멈추기에 체크가 끝날 때까지 멍때리며 관리를 해줘야 한다면? 내가 이 게임을 앱스토어에서 처음 본게 2010년인가 2011년인데, 2014년이 다 가도록 이러고 있다. 이 꼴을 두고두고 보느니 후딱 깨고 지워버리자고 미친듯이 달려 엔딩을 보긴 했지만, 플레이 타임 체크하려고 다시 켜는데 한숨이 푹푹 나온다.

앱 소개 페이지에서 가져온 스크린샷들. 큼직큼직하다.
 
내 폰에서 찍은 스크린샷들

 인고의 시간을 지나 게임을 시작하면 스크린샷에서 보던 당시로선 미려한 그래픽은 온데간데 없고 왠 콩알들이 꼬물거리고 있다. 대화창은 공할하다못해 빈 공간이 글씨가 차지하는 공간보다 더 클 지경이며, 컨트롤을 위한 버튼들이 조막만해서 잘 누르기도 힘들다. 물론 글씨도 작다.

 내 핸드폰의 해상도는 요즘와서는 평범하다는 1080P이다. 출시 당시에는 아이폰3GS로 나왔으니 화면에 표시되는 도트 수가 몇 배나 늘어나게 되었지만 이에 맞춰 스케일링 등의 재정비를 해주지 않았기에 UI와 화면이 이 지경이 된 것. 제작 당시에 의도한 화면과는 천양지차가 됐다.

어디가 막히고 뚫렸는지 훤히 보이는 던전. 맵 바깥 검은 부위가 득시글한것이 흉물스럽다.


 이게 가장 심각하게 드러나는 부분이 던전탐사. 단순한 구조이기도 하거니와 길이 훤히 보이기에 미로가 미로가 아니게 되었다. 맵핵을 켜놓고 돌아다니는 격이다. 최신 폰들의 해상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추세임을 생각하면 나중에는 돋보기와 핀셋이 없으면 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없게되지 않을까. 고전 도스 게임 중에 CPU 클럭에 맞춰서 게임 속도가 빨라지는 문제를 가진 게임들이 있는데, 이게 딱 그 꼴이다. 차이점은 그네들은 그 때 그 시절 한철장사고, 이건 지금도 절찬리 판매중이라는 것.

2018년식 최신 폰으로 카오스 링스를 플레이 중인 셜록 홈즈씨

 초반 로딩이나 해상도 문제는 세상에 눈 달린게 나만 있는게 아닌 이상 몇 년간 꾸준히 클레임이 들어갔을 부분이다. 후속작도 나왔고 한참 후에 우리말화까지 해줄 정도라 버린 게임도 아니다. 약간의 정성만 들였어도 해결할 법한 부분을 방치하고 있으니 깝깝할 따름.


(2) 재활용? 재활용. 재활용!
 
 이 게임은 4팀 중 한 팀을 선택해 플레이 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지만, 각 팀마다 스토리가 조금씩 다르고 진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4팀 모두 일정 이상 진행을 해야된다. 일종의 다회차 플레이를 강요하는 것이다. 하지만 각 회차 플레이는 스토리를 제외한 모든 부분이 대동소이하다. 같은 필드, 같은 적, 같은 스킬을 공유하다보니 캐릭터간 차별화가 크지 않고 매 플레이가 획일적인 플레이경험을 제공한다. 즉, 5시간짜리 컨텐츠를 만들어놓고 4번 리핏해서 20시간+@로 만드는 기적의 연금술이다.

 그나마 5시간짜리 컨텐츠는 제대로 했을거 생각하면 오산이다. 필드마다 적이 다르게 설정되어 있긴 하지만 같은 적을 팔레트스왑한 것에 불과해 1회차 후반만 되어도 한 3년간 보아온 사이같은 기분이 든다. 스텟과 전투방식이 단순하게 설정되어 있어서 의외의 상황에 처할 일이 극히 없다는 점까지 더해보면 3, 4번째 플레이는 그저 단순한 반복작업일 뿐이다. 그나마 매 플레이타임이 길지 않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거리.


(3) 불편한 UI

 길게 얘기하자면 한도 끝도 없이 떠들 수 있지만, 상점에서 장비를 사고 파는 과정을 기술하며 주석을 다는 것으로 대체하겠다. 특히 답답하다고 느낀 부분엔 ★표를 붙인다.

대화하기,구입하기,판매하기 중에서 구입하기 버튼을 누른다. 
아이템,무기,방어구,악세사리가 나뉘어있다. 무기 버튼을 누른다.★
*캐릭터 선택창이 나온다. 캐릭터 이름을 누른다.(캐릭터별로 장비가능한 무기와 방어구가 다르다.)★
*이제야 무기리스트가 나온다. 새로 나온 무기를 발견하고 구입하기를 누른다.
*몇 개 살거냐고 묻는다. 1개 살거라고 입력한다.(소비품이 아니기에 1개 이상 살 일이 없다.)★
*장착하기를 누른다.(이건 편하다.)
*화살표 버튼을 눌러 다른 캐릭터 장비를 본다.
*새로 나온 무기를 구입한다.
*1개 살거라 입력.
*장착하기.
*뒤로가기.(캐릭터 선택창이 나온다.)★
*뒤로가기.(이제야 아이템,무기,방어구,악세사리 창이 나온다.)
방어구 버튼을 누른다.★
*파트 반복
악세사리 버튼을 누른다.★
*파트 반복(악세사리는 공통이라 한번에 2개를 살 수도 있지만 이쪽이 장착하기 편하니 따로 산다.)
뒤로가기.(얘기하기,사기,팔기 창이 나온다.)

판매하기를 누른다
아이템,무기,방어구,악세사리가 나뉘어 있다. 무기 버튼을 누른다.★
ㅁ마찬가지로 캐릭터 선택창이 나온다. 캐릭터 이름을 누른다.★
ㅁ드디어 리스트 창이 나온다. 이전에 쓰던 무기를 찾아 판매하기를 누른다.
ㅁ1개 팔거라고 입력한다.(필드에서 줍는 무기는 2개 이상일 수 있다.)
ㅁ화살표 버튼을 눌러 다른 캐릭터 탭으로 넘어간다
ㅁ판매하기
ㅁ1개 팔거라 입력
ㅁ뒤로가기(캐릭터 선택창이 나온다.)★
ㅁ뒤로가기(이제야 아이템,무기,방어구,악세사리 창이 나온다.(2) )
방어구 버튼을 누른다.★
ㅁ파트 반복.
악세사리 버튼을 누른다.★
ㅁ파트 반복.
뒤로가기
뒤로가기(상점 종료)

 간단하게 말해서, 한 창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작업을 조각조각 나눠놓고 각자 다른 메뉴에서 하도록 UI를 설계했다는 이야기. ★표시를 붙인 것은 동사 기준으로 없애거나 훨씬 편하게 처리한 것을 목격한 부분들이다. 즉, 장비를 한번 교체하는 과정에서 자사의 다른 게임과 비교해도 20회 이상의 UI로 인한 시간낭비가 있었다. 이것에 비하면 FF5의 평범한 UI는 천국, 티르 나 노이다.

 예로 든 상점만이 아니라 장비 장착, 스테이터스 확인 등 찾아볼 수 있는 대부분의 메뉴창이 어디 한군데는 나사가 빠져있다. 다른 회사도 아니고 RPG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스퀘어에닉스가 이러는건 용납이 안된다. 재활용 부분이야 테스트배드적인 성격상 많은 시간과 자금을 들일 수 없었다고 관대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니네 터치 환경이 처음도 아니잖아?(NDS)


 경력이 몇 년인데 초보수준의 실수나 저지르고, 그걸 고치지도 않는 것을 보니 뒷골이 땡기고 눈 앞이 깜깜해질 정도라 더 흉볼 것이 있음에도 이만 줄인다. 여기까지는 JRPG와 상관 없는 기본적인 부분이었고, 다음 항목에서는 JRPG로서 이 게임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를 살펴보겠다.


2.JRPG로서 카오스 링스는

 생각컨데, JRPG를 평가하는 법은 꽤 간단하다. 스토리와 전투. 이 둘에 집중한 장르이니 만큼, 이 둘만 보면 장르 내에서 얼마만큼의 성취를 이루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1) 전투

 전투는 평점을 따지자면 평균 이하이다. 파티멤버가 최대 2인으로 한정되는데다 턴 개념도 단순하여 결과적으로 단순한 힘겨루기의 양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냥 그랬다고 정리해버리기에는 발전가능성을 가진 요소가 여럿 눈에 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싱글-페어 개념이다. 2명의 파티원이 각각 다른 활동을 할 수도 있고 동시에 같은 일을 하도록 지시할 수 있는 것으로, 페어를 이루었을 때는 턴당 1가지 행동만 할 수 있고 동시에 데미지를 받지만 강력한 공격, 패시브의 공유, 아이템 및 회복 스킬의 공동 적용 등의 특성을 가지게 되어 같은 파티원을 다르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비록 실제 구현은 차이가 그리 크지 않게 되어 그냥 입력횟수가 줄어드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양 되었지만, 페어일 때와 싱글일때의 특성을 좀 더 분리, 강화한다면 여러모로 재밌게 쓸 수 있을 시스템이라 본다.

 우세 시스템은 전투의 흐름이나 분위기를 시스템화한 것으로, 분위기를 타고 있을 때는 데미지, 스피드 등 여러모에서 +보정을 받고 반대로 적이 분위기를 타고 있을 때는 -보정을 받는다. 분위기 게이지는 데미지를 입힐 때 1칸, 크리티컬일 때는 2칸, 상대를 쓰려뜨렸을 때는 3~4칸 같은 식으로 유동적으로 움직이며 게이지와 관련된 스킬도 일부 존재한다. 먼저 데미지를 입혀 분위기를 타면 단번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시작하는 덕분에 단순한 선빵 시스템으로 전락한 면이 없잖아 있지만, 단순한 스테이터스만으로도 복잡한 전투를 연출해낼 수 있는 포텐셜은 높게 평가할만하다.

 진 시스템은 4칸의 슬롯에 진(gene)을 장착하여 적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FF5의 어빌리티, FF6의 마석, 7의 마테리아가 생각나는 부분이다. 스킬 세팅을 한다는 것 자체는 특이할 것 없지만, 획득 및 적용 방법을 설정에 녹인것이 신선했다. 전투를 통해 적의 능력을 얻어 강해지는 것과 그 명칭이 유전자인 것은 스토리에서 강조하는 바와 부합하기 때문에 진을 얻고 완성하며 성장하는 것이 스토리와 따로 놀지 않고 잘 융합된다.
 각 진은 6개의 스킬을 제공하며 패시브와 액티브 스킬을 둘 다 가지고 있기에 선택에 따라서는 캐릭터의 전투 성향을 완전히 갈아엎을 수 있다. 다만 진의 종류가 제한적이며 후반에 얻는 고급 진들에 한정하면 선택폭이 더 적다는 것이 아쉽다. 

 이들은 비록 카오스 링스에서는 잠재성을 충분히 개화하지는 못했지만, 조금 더 연구하면 다른 게임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특성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2) 스토리

 카오스 링스는 그리 크지 않은 볼륨임에도 4 쌍의 페어와 멀티 엔딩을 활용하여 비밀이 점차 드러나는 방식을 잘 짜낸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처음 시작하면 플레이어느 두 페어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 플레이를 하고 엔딩을 보게 된다. 다소 불완전 연소된 기미를 느끼는 엔딩인데, 이 때 시나리오 차트를 보면 내가 선택한 커플의 진행도만 차 있고 그나마도 끝까지 전부 달성되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클리어한 캐릭터를 로드하면 새로운 장소에 갈 수 있고 이 곳에서 또 다른 엔딩을 볼 수 있고, 아예 다른 페어로 게임을 시작하여 다른 시각에서 사건을 볼 수도 있다. 이 과정을 반복해 4 팀의 입장의 스토리를 즐기며 하나씩 드러나는 사실을 취합하면 일의 얼개가 파악되고, 4 커플의 스토리를 전부 보면 진 엔딩 루트가 열린다.

 스토리 하나 하나는 그리 길지 않고 제한된 이벤트 갯수로 인해 다소 급전개 되는듯한 인상을 받을 때도 있지만, 필요한 부분을 잘 압축해 임팩트 있는 전개를 갖추고 있고 당장 가려운 부분을 잊지 않고 긁어주는 친절함도 잊지 않은 덕분에 인상이 괜찮다. 스토리를 풀어나가며 밝혀지는 사실들이 절묘하게 조합 및 분배되어 있어서 플레이가 지겨워도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계속 진행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각각의 스토리는 휴대용다운 어딘가 아쉬운 느낌이지만 이들을 한데 모아 구성해낸 솜씨에는 박수를 보낼만 했다.

3.총평

 그래서 총합 평가는 평범. (총합 평가 기준 : 추천-할만함-평범-...읭?-비추)

 스토리는 꽤 괜찮은 편이지만, 전투는 평범하고 시스템은 엉망이다. 플레이를 방해하는 시스템과 반복적인 플레이가 강요됨에도 스토리가 좋은 양념이 되어주었기에 엔딩까지 볼 수 있었다는 인상. 해볼만은 하지만 굳이 권할만한 게임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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