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걸즈 (Swing Girls) : 위플래쉬의 정 반대편 ├ 영화



 위플래쉬를 보고나서 가장 먼저 생각난 영화는 스윙걸즈였다. 위플래쉬에 관해 글을 쓰면서도 스윙걸즈와 비교해서 쓰면 재밌지 않을까 하여 틀을 잡아보고 있었는데, 데미안과 연결해서 보는게 더 보기 쉬울 것 같더라. 그래서 스윙걸즈는 다시 서랍 속에 들어갈 뻔 했는데, 라디오를 듣다 보니 영화소개 코너에서 위플래쉬와 스윙걸즈를 비교하더라고. 이걸 듣고 있으니 '역시 스윙걸즈를 또 봐야겠어.' 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윙걸즈는 이번에 본 것까지 대충 대여섯 번 정도 본 것 같다. 처음 봤을 땐 고등학교에서 7 to 0, 하루 종일 학교에 붙잡혀 있었던 것에 대한 보상심리 때문일지 모르겠지만 완전히 꽂혔다. 덕분에 다음 날 반납하기 전에 한번 더 봤었고, 그 뒤로도 이렇게 생각이 날 때마다 보고 있다.

 영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만화적인 연출 방식이다. 이런 풍의 일본 영화에선 특유의 과장된 연출을 찾아볼 수 있는데, 처음 봤을 때는 '누가 만화대국 아니랄까봐 연출도 이렇게 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던 부분이다. 정형화된 캐릭터, 과장된 연기 톤, 빠른 전개 등이 한데 모여 발랄한 청춘의 한 페이지를 그려낸다. 이 것만 봐서는 가볍게 볼 수 있는 팝콘무비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것 뿐이어서는 한번 보고 그만이었을 터. 이 영화를 몇 번이고 다시 보는 이유는 즐기는 것의 즐거움을 정말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 스틸샷은 처음으로 스윙걸즈가 재즈를 즐기고 있는 장면이다. 모두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며 사진만 보아도 정말 흥겹다.(영상을 보면 더 신난다.) 수업을 받는 내내 창밖을 바라보며 시간을 때우던 아이들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이 영화는 따뜻한 시선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들이 가는 길은 잘 닦여진 아스팔트가 아니고 여기저기 움푹 패이고 돌부리가 튀어나온 험한 길이다. 같이 하겠다던 아이들은 딴 길로 새고, 중고로 산 악기는 부서지는 등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여기저기 걸려 넘어진다. 하지만 결코 그 앞에 끊어진 길이 아님을 계속 제시한다. 아니 이들 스스로가 찾아낸다. 주인공들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즐기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웠다.



 특별히 잘 하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던 아이들이 가고 싶은 길을 만나 그 길을 즐겁게 나아간다. 그 누가 시키지 않았어도, 침울한 상황에서도 운만 떼면 바로 웃으며 연주를 시작할 정도로. 이 점에서 난 이 영화와 위플래쉬를 정 반대편에 선 대극이라고 생각한다. 위플래쉬의 앤드류도 한번 넘어졌었다. 그는 여기서 다시 나아가지 못하고 드럼채를 손에서 놓아버린다. 우연이 없었다면 그는 창고 구석에 처박아둔 서류를 찾다가 우연히 드럼세트를 발견하는 중년 남성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는 음악을 그리워 했을지언정 즐기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한 선생이 성취를 이뤄내도록 학생을 쥐어 짜는 것과 학생들이 스스로 즐기며 연주하는 것. 양자의 차이는 엔딩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둘 다 무대위에서 연주하는 것이 클라이막스지만 스윙걸즈는 환하게 웃으며 끝나고 위플래쉬는 그렇지 못하다. 위플래쉬의 감독은 앤드류가 30대를 넘기지 못하고 마약 중독으로 사망할 것이라 생각하며 이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은 쥐어짜서 성취를 이루고 단명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중 어떤 것이 더 좋은 것인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도 남겼다. 글쎄. 난 이 영화가 답이 되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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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소리쟁이 2015/03/27 03:55 # 답글

    아, 이 영화 잊고 있었는데..

    실제 출연진이 직접 연주했고,
    영화초반부와 후반부의 실력향상을 리얼하게 표현하려고
    처음부터 아마추어들을 가르치면서 촬영을 진행했다고 하죠.

    정말이네요. 위플래쉬 정반대.

    저는 그 어떤 성취보다도 인간의 행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국사무쌍 2015/03/27 09:15 #

    그죠그죠. 영화에서 나오는 장면들이 정말로 연주한 것이란 얘기를 듣고 한번 더 본 기억이 나네요.
  • 수달 2015/03/30 13:39 # 답글

    좋아하는 영화 입니다.
    일본 영화의 그 만화 같은 연출에 대한 거부감만 없다면 참 재밌게 볼 수 있어요.
  • 국사무쌍 2015/03/30 14:15 #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네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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